리스본행야간열차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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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없는 집중, 고정할 곳이 있는 시선, 저 밑의 울림. 그것이 내가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혼자 찾는 독립영화관에서는 영화가 끝난 후 같은 공간에 영화에 대해 즉석에서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테지만, 엔딩크레딧을 천천히, 충분하게 읽고, 공유의 감동에 대해 박수를 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아트’에 관한 작품들을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 원어의 아름다움이 조금 묻히는 게 언제나 흠이다. night train to Lisbon.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급’ 떠나게 된, 그리고 리스본에서 일어나는-‘일종의 관계에 대한 비밀을 찾아다니는’- 이야기. 그 안의 옴니버스로 연출된 ‘언어의 연금술사’ 책의 작가 ‘아마데우 프라두’에 대한 이야기까지. 독립영화 치고 대사가 많아 마치 상업과 예술의 그 사이에서 애매한 시선을 두게 했지만, 한시도 숨을 고르게 쉬지 못할 정도로 스크린에 몸을 바짝 기대었다. 정말 재밌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딱, 그런 영화였으니 더이상 어떤 말이 필요한가. 훌륭했다.

영화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지나온 과거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입장”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들이 그들의 의식공간 안에서 “과연 어떤 삶이어야 하는가?”를 강렬하게 질문한다. 신과 우주에 대한 일종의 유신론과 무신론의 입장으로 확대될 수 있는 철학적인 담론도 영화가 끝난 후 한바탕 가능할 정도다. 현실에 침잠되어 있는 ‘보통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특별한 계기) 새로운 삶을 살기가 쉽지 않다.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을 먼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일상’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내려놓을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하는 우리들은 늘 새로운 삶을 갈망하고, 열망할 뿐이다. 그러다 무언가에 이끌려 -이것을 조절하는 힘은, 아마도 생각지도 못하게 이끌린 힘 같은 것일 테다 – 어느날 기차를 타 버렸다.

기차라는 장치는 문학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공간의 연결고리이다. 작가 톨스토이나 파스쩨르나크도 즐겨 사용한 소재이다. (안나카레니나나 닥터 지바고 등의 작품) 기차는 우연과 운명을 이어주기도 하며 미지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오마주이기도 하다. 기차를 타고 리스본으로 향하는 영화 속 현재인물, ‘그레고리우스’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새롭지만 오래된 ‘과거인물’들과 마주한다. 과거 포르투갈 독재 정치 시절을 배경으로 했던 레지스탕스 주인공들의 삶을 의도적으로 찾아가며 자신의 삶에 대한 변화를 직관적으로 깨닫는다.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다”라는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 역)의 묘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과거인물들은 열망과 자유와 변화를 꿈꾸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현재의 고루한 일상을 살아내고 견뎌내왔던 ‘그레고리우스’에게 리스본의 며칠은 마법과 같은 경험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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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와 드라마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당위적이고 그런 작품은 훌륭하지 않을 수 없다.” 를 주장하는 ‘문학도’라서, 원작품에 필름의 색을 입혔을 때, 원작의 영감과 감동이 덜 반영된 것들을 자주 목격한 터, 그래서 이 역시 소설보다 덜하겠지, 했다. 그러나 영화 ‘리스본행야간열차’는 원작 보다 훌륭했다. 정말로, 정말로 그러했다. 적어도 눈은 황홀했으니.

리스본은 가보지 못했지만, 필름에서 본 리스본은 사랑스러운 도시였다. 아름답고 고상했으며 사소한 이야기마저도 귀여운 소문이 될 법한 조용한 곳이었다. 영화는 리스본의 지붕과 건물 몇 개의 피사체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아래 세 번째는 아마데우 프라두와 스테파니아가 새로운 삶을 위해 갔으나 헤어짐을 말했던 아이러니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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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속에서는 대사가 없어도 관객이 스스로 작품과 대화하기 때문에 매 장면이 수다스럽다.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입체적이고 시끄럽다. 적어도 보는이에겐. 그렇게 ‘리스본행야간열차’는 내게 삶과 인생에 대한 수다를 다시 하도록 재촉하며 달렸다. 그대, 다시 시끄럽고 즐거운 인생을 열망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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