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심 갖는 미학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포스팅해볼까 한다.
대학원 미학 수업에서 발제한 페이퍼 중 일부를 이곳에 옮겨 놓는다.
Barnett Newman
Who’s Afraid of Red, Yellow, and Blue?
뉴먼의 작품 안에는 알아볼 만한 대상도 없고, 그 이전에 어떤 형체도 없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형식요소들의 유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몇 개의 수직 혹은 수평선으로 나누어진 커다란 색면. 그게 전부다. 아름다운가?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추한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이 매개하는 체험은 ‘미’나 ‘추’라는 범주로 파악할 수 없는 어떤 것이리라.
그림 앞에 선 관찰자의 체험 혹은 느낌, 지금-여기, 바로 거기에서 그림은 작품으로 성립한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초인적 무한성과 인간의 무력함이 강조되었고, 이것이 숭고의 경험과 결부되었다. 작품 속에서 자연히 숭고의 경험을 소재로 다루었다. 이에 반하여 뉴먼은 작품 자체가 직접 숭고한 체험을 유발하도록 의도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거대한 추상회화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리오타르는 낭만주의 미술이 “The sublime is like this” 라고 제시하는데 반해 뉴먼은 “The sublime is now”으로 제시 즉,전자에 있어서는 작품 속에서 숭고의 경험이 일어나고 있지만, 뉴먼에 있어서는 숭고의 경험은 작품을 대면한 순간 관람자에게서 일어나는 것이다.
① “The sublime is now”
어떻게 그릴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
뉴먼에게 있어 ‘숭고’는 대상에 속한 속성이 아니라 주체의 체험 속에 있었다.
재현적인 형태가 아니라 추상적인 형상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숭고’란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을 극복하려는 자아 의지
② Zip, scale, color
관람자에게 자연 대신 회화라는 인위적 사물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의 경험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아 의식, 즉 ‘숭고’를 체험하게 하고자 하였던 그의 의도
③ 대상(object)보다 주제(subject)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한정된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실재 (spiritual reality) ‘숭고 (the sublime) ’를 표현하는 것
- 뉴먼에 있어서 숭고의 의미
1) 새로운 미술에의 요구 : 추상표현주의
1940, 50년대의 세계, 전쟁과 대공황 후의 불안과 회의로 인한 사회적 위기, 기존의 가치기준에 관한 회의주의의 팽배.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등장한 미술 경향 : 추상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 자아와 세계의 관계에 관한 문제가 주로 드러남
“외부로부터 자기 자신에게로 눈을 돌린 것
형태를 위한 형태에 안주하지 않고 실존적 내용을 전달하는 예술을 창조하고자 함
뉴먼은 “두렵고 끝없는 자아야말로 자신의 회화의 주제” 라고 밝힘
2) “이제 숭고가 도래하였다”
르네상스에 이르러 그리스의 이상적 미가 계승됨으로써 미가 숭고의 대립이 절정에 달하게 되었다고 지적하면서,미켈란젤로만이 숭고를 이해하고 그것의 기준을 세웠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미켈란젤로가 세워놓은 숭고는 현상미를 추구했던 작가들에 의해 단절되어,인상주의자들이 붓자국들로 뒤덮인 표면을 고집함으로써 미에 대한 기존의 법칙을 파괴하고자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뉴먼은 빛을 포착하고자 하는 인상주의의 충동을 미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이해했고, 인상주의자들은 미를 숭고로 대체하지 못하고 조형적 형식에만 몰두했다고 주장함. 초현실주의 미술은 무의식을 통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숭고와 관련됨
3) 근원 : 원시미술
뉴먼의 작품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것은 쿠와키틀 인디언의 미술을 주축으로 한 원시미술.
원시미술에서 가장 강렬하고 솔직한 감정인 공포를 표현하는 것에 주목, 쿠와키틀 인디언 미술의 추상적 형태가 복잡한 추상적 사고를 전달하는 것이며 미지의 것에 대한 경외감의 표현이라고 이해함. 따라서 그 형태를 단지 형식적 추상화로 보기보다는 추상적 사고와 연관시킴. 즉, 추상적인 사고를 드러내는 미술은 의미있고 상징적인 것을 뜻함
뉴먼에 따르면 원시인들은 자연에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공포를 느꼈음. 그리고 공포는 원시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작품 속에서 철학적 접근을 가능케 하였다. 따라서 그들의 작품은 생활 목적이 아니라 공포의 감정을 자아내는 삶의 근원적인 미스터리에 관한 것이었음
4) “최초의 인간은 예술가였다” (1947)
“인간의 첫 꿈처럼 그의 첫 번째 표현은 미학적인 것이었다. 말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시적인 외침이었다. 태초의 인간은 허공 앞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에 대해 분노와 경외를 외쳤던 것이다- 인간의 첫 마디는 미지의 것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행동은 그의 예술적 본성에 그 기원을 둔 것이다”
뉴먼은 현대인의 삶이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깨닫고 인간의 고통이라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주제에 관심을 둠
객관적 미 보다는 인간의 자아경험을 추구하게 된 것
이것을 미와는 대치되는 숭고로 명명
뉴먼에게 숭고란 보편적인 삶의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정신
‘지금 그리고 여기’에 존재하는 자아경험, 작품이 매개하는 체험을 다루고자 하였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비극적 상황 속에서 예술가는 제작 행위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며 이를 보편화시키고자 함
칸트가 언급한 바 있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대상 앞에서 이를 넘어서는 인간의 심의상태와 유사한 것으로 인간의 의지라는 점에서 숭고와 연관.
- 숭고를 표현하기 위한 뉴먼의 조형적 요소
리오타르 : 숭고는 말해질 수 없는 것 혹은 현시될 수 없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면, 뉴먼이 작품이 제시한 순간 그 장소에서 숭고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표현될 수 없는 것은 저기에, 다른 세계에,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관람자의 자의식을 유발하기 위해 뉴먼은 대면하는 순간 파악되는 전체성을 특성으로 하는 단일 형상을 제시함
1) Zip
“이제 숭고가 도래하였다”라는 글을 발표했던 1948년, 뉴먼은 ( 그림 1)을 통해서 전환을 보여준다. 그는 1948년 자신의 생일에 캔버스의 중앙에 수직선을 그렸다. 이것이 그의 예술적 방향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그림 1) 이다. 은 결코 외부 자연을 모방한 것이 아니다. 작가 자신의 회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발언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어떤 환경도, 자연적인 것으로 생각될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처음으로 내가 했던 것과 대면했다는 것이다 ”
뉴먼은 자신의 독립적이며 근원적 (plasrnic)사고에 대한 조형적 (plastic) 형태를 발견한 것
수직띠는 직립한 인간에 대한 의식을 일으킨다는 점
관람자가 그곳에 존재함을 인식하게 하는 것
수직선의 강렬함이 우리가 거기에 서 있다라는 감각을 가중시킴
관람자에게 뉴먼의 회화의 목적인 개인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함
- (그림 2)
- 의 4개의 띠는 좌우양측 가장자리로부터 같은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대칭을 이룬다. 또한 동일한 면적의 사각형이 화면좌우에 대칭적으로 나타남으로써 형상과 배경의 구분이 불가능해진다.
뉴먼의 띠는 최소한의 수단을 사용하여 관람자가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게 함으로써 주관세계로 침잠하게 하는 요소로서 사용되었으며 결국 관람자의 “현존(presence)”을 자각하게 하는 것
2) Scale (거대한 규모)
뉴먼의 작품 (그림 3)은 세로 9피트, 가로 20피트의 빨간색 색면으로 된 거대한 작품이다. 그의 화변에서는 형태마저도 억제되어 그 규모는 더욱 강조된다. 따라서 관람자는 자신과 캔버스의 대면이라는 것 자체에 주의가 집중된다.
뉴먼이 거대한 규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49년 오하이오 인디언 무덤에서의 체험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아 무한한 공간 속에서 중심(focus)으로서의 자신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함
“네가 느끼는 그 장소를 바라보면서 나는 여기 있다. 여기에 … 그리고 저 너머에는 혼돈, 자연, 강, 풍경이 있다 … 그러나 여기서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 나는 관람자를 현존하게 만드는 관념(Idea) 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인간이 존재한다’라는 생각 말이다”
뉴먼은 거대한 작품 앞에서 관람자 자신의 현존성에 대한 자의식을 유발하는 데 몰두. 화면의 전체성을 통하여 자신이 의도하는 주제를 관람자에게 직접 전달하려고 함
3) Color
외부로 확산하는 힘이 내재된 색채의 강렬함은 숭고를 경험하기 위한 요소로 작용. 색채 자체가 지닌 심리적 효과를 이용한 숭고의 체험.
거대한 캔버스에 채색된 뉴먼의 색채는 그림이라는 틀내에 제한되지 않고 캔버스를 넘어서 확장되는 것으로까지 여겨짐. 그리하여 관람자를 일상의 삶에서 분리시키고 초월적 경지로 이끈다. 관람자의 시각적 경험 이상의 효과, 즉 내적 감수성에 작용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
내적 정신의 전달체
뉴먼은 모든 재현적 의도에서 벗어난 순수한 색채 자체의 표현적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뉴먼이 빨강, 노랑, 파랑이라는 기본색을 표현적 의도로 사용한 전형적인 예는
(그림 4) 연작이다. 그의 의도는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내가 색채가 기본색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도그마에 봉착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때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 같은 색채들을 사용하려는 데 있어서 두 가지
동기를 설정하였다. 즉,색채를 교훈적이기 보다는 표현적으로 만들고 그러한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는 것이었다. 왜 사람들은 빨강, 노랑, 파랑을 두려워하는가?”
붉은 색은 칸딘스키가 제시했듯이 지극히 활력적인 색채로 보는 이에게 동요를 일으킨다. 또한 외부로 향하지 않고 주로 내부에서 작열하는 색채로 힘,에너지,지향성,결단성, 승리와 기쁨 등을 상징하는 영웅의 색인 것이다. 빨간색은 자극을 유발하여 불안과 긴장을 증가시키기까지 한다. 색채학자 파버 비렌(Farber Birren) 에 의하면 문명을 형성한 초기의 인간부터 청색은 영혼을, 노란색은 마음을 의미하는 한편 붉은색은 육체를 의미하는 색이다. 이것은 아마도 인간의 피가 붉은색이라는 사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뉴먼도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하듯 ‘아담’ ‘얘브’ 그리고 ‘영웅’과 같이 인간을 주제로 하는 작품에서 붉은 색을 사용하였다
- 숭고와 뉴먼, 뉴먼과 숭고
1948년 그의 “이제 숭고가 도래하였다” 글에서 “아름다운 것보다는 신비로운 숭고” 를 주제로 설정하고 작품을 통해서 이를 실현하고자 함.
뉴먼이 주제로 다룬 숭고는 미와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주제로 설정한 숭고란 인간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절망의 시대를 거쳐 살아남은 인간 존재 자체에 속하는 것. 뉴먼의 회화에 있어서 주제란 바로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고통 앞에서 이를 극복하는 존재의 숭고함이었던 것.
내면세계로 몰입하여 실존의 문제를 주제로 다루는 경향.
화면은 지극히 단순한 기하학적 형상에 접근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오한 주제의식을 함축함. 작품을 단일한 총체로 제시하는 전체성을 지님. 관람자에게 자신의 현존을 확인하는 숭고한 체험을 유발하게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