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시, 그리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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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와 시, 그리고 이야기들

가을의 시작부터 12월까지, 몇 달 나는 투쟁했다. 치열하고 치열했으며 치열했다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 감사한 인연들과의 만남, 귀한 발걸음들의 투쟁이야기

이재은 선생님과의 찌릿찌릿 소울 인연으로 초대받은 감사한 자리에서

내 시, 와 하재연시인의 을 낭독했다

안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톨스토이와 안나, 그리고 브론스끼

그리고, 그리고 지금-여기의 우리,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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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었다. 과연 안나가 찾은 본질, 사랑을 위해 살았던 안나처럼 우리도 우리의 본연의 가치를 찾을 용기가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만큼 큰 희생 역시 감당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구하는지,

그럴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모습’을 찾으려 하고 갈구한다

우리의 이야기에 목마르다.

우리는 언제 우리의 삶의 충만함을 느꼈는가

과연 우린 진짜 ‘무엇’을 원했는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안나처럼 지독하게 갈구할 수 있을까

우리가 가진 것을 바로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안나처럼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안나 카레리나에게 부쳐

박소진

기차를 탄 안나 카레리나와

멀어지는 브론스키를 보았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보통의 날에

고전을 읽고

그곳의 입맞춤을 따라한다

한 줌의 익숙한 기억으로

화려한 군무여

그러나 나는 여전히 느리다

사랑할 여유가 없고

온종일 노랗게 짓무른 하늘만 본다

때로는 가쁜 숨을 토하며

내가 울었던 날이

구름도 하얗게 쇤 어느 날이

지나치지도 않게 적당했던 하루에

토해내고 천천히 지워지고

수신인 없는 편지 마지막에

내 이름 세 글자를 쓰고

연약한 연애를 닮은 얼굴로 초라한 옷깃을 여민다

그런 기차를 타고 싶었다

안나가 울던 기차

안나처럼 사랑하리라 했다

안나처럼 수줍지만 초라하지 않게

  • 2010, 문예감성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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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하재연

당신은 그 여자를 알고 있었는가? 떨림이나 울음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여자의 보이지 않는 둘레 안에 누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을 동그런 무늬가 일그러지거나 또 다른 고리를 만드는 것을

만약 당신이 선택하는 자라면 옆에 있거나 떠나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 여자를 알고 있었는가?

그 여자는 울거나 웃었거나가 아니라 다른 쪽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는 것을



두 번째 낭독은 하재연시인의 을 했다.

우리는 ‘변한 게 없다’고 말하는 여러 관계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투쟁중이었다.

보이지 않게 이동하는 중이었다.

오늘 누구는 어제 밤을 새며 과제를 했고

, 친구들과 저녁약속을 했는데 사람 많은 지옥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갔고

남자친구와 피 터지게 카톡 메시지로 싸우기도 했고

아기를 재우느라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자장가를 부르기도 했을 거다. 어이없는 폭설도, 상상력도 우울함도.

살아있는 과정의 선에 살고 있는 우리는 순간의 시에 나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누가 뭐라할지라도, 저항요소가 무엇이든간에 우리는 우리의 순간을 살고 있으니까.

중히 여기어 아끼는 마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담아 우리의 감각은 투쟁이라는 작은 불꽃을 피운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소스라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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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만든 노트를 선물로 드렸다.

노트를 받아들고 예쁜 손들로 봉투를 뜯던 마음들,

그 전날 새벽, 비누로 하얗게 씻은 손으로 노트를 포장하던 내 마음이었다

정말 행복하고, 충만 가득했던 나의 12월의 하루

나의 안나는 내 속에서 치열하게 ‘브론스끼’를 찾으려 투쟁 중이고

오늘도 조금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