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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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고 시작하는 시(수선화에게, 정호승) 를 만나면서 정호승이라는 시인을 읽게 되었다

시를 읽는 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사람들은 시 대신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데 익숙해져있다. 소설이나 에세이가 시보다 부담없이 읽히는 이유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읽기에 큰 어려움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면 시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시의 의미를 알기 힘들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를 알면 시에 숨겨진 뜻을 발견해 시를 곱씹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로 야무지게 구성된 완문을 한 단어 혹은 한 어절로 압축하는 작업의 완성, 시. 그래서 시에는 꽃이 피기 전의 설레임과 완성도가 있다.

정호승 시인은 외로움의 시인이며 사람을 대하는 시인이다. 그래서 읽기 수월하고 그의 단어는 사랑, 외로움, 슬픔, 걱정, 기쁨 등의 모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모든 사람은 외롭다. 그러니 외로우니 사람이란다. 시선집 시작의 장에 시인의 말을 빌었다. “잘 가라. 고통이 인간적인 것이라면 시도 인간적인 것이겠지” 그렇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사람들은 서툴다. 그 점을 그의 시가 대신해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는 “나는 영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라는 생략된 부제가 붙었있다.

영혼이 없다는 것은 사랑할 수 없다. 작가의 말을 감안할 때, 이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사랑하는 것 중 하나는 ‘시’이고, 그 ‘시’에는 영혼이 스며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시선집은 /사랑한다… / 별들은 따뜻하다 / 슬픔이 기쁨에게…/ 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총 100 편이 넘는 시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사랑한다 부분에 있는 시들에는 그리움, 사랑, 떠남, 만남, 외로움 등의 다소 격정적인 슬픔이 스며있다. 시의 언어로 녹이기엔 다소 거친 이미지를 보여준다. 비유나 은유 등으로 꾸미지 않았다. 굉장히 감정적인 시들이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 쉽게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pp. 15, ‘새벽편지’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pp.14 ‘미안하다’

두번째 챕터 ‘별들은 따뜻하다’ 의 시들은 처음의 그것에 비해 좀 더 따뜻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다.

첫번째 챕터의 시들이 나와 너의 사이의 감정들을 건드렸다면, 두 번째는 나와 너의 이야기 보다 내가 보는 제 3자의 존재와 나와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와 ‘삶’이라는 영역을 건드리고 자연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이 은유로 투영되어 있다. 하여 독자에겐 첫 번째 챕터보다 두 번째의 시들이 좀 더 난해하게 읽힐 것이다.

꽝꽝 언 겨울강이

왜 밤마다 쩡쩡 울음소리를 내는지

너희는 아느냐

별들도 잠들지 못하고

왜 끝내는 겨울강을 따라 울고야 마는지

너희는 아느냐

산 채로 인간의 초고추장에 듬뿍 찍혀 먹힌

어린 빙어들이 너무 불쌍해

겨울강이 참다 참다 끝내는

터뜨린 울음인 줄을

pp.60 “겨울강”

시인의 먹먹한 마음은 세 번째 챕터에서 회한의 감정으로 마무리된다. 종교로 위안받으려 하는 의도가 많이 담겨있다.

기도, 예수를 언급한 시어와 시구 곳곳에서 아가페적 사랑 등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주절주절 하고싶은 말을 시어 압축이 아닌 산문으로 풀어 놓는다.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pp.88, “서울의 예수”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첫 번째 챕터 에 속한 “새벽편지” 시가 여기 세 번째 챕터에도 같은 제목으로 한 편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선집의 마지막 시이기도 하다.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 있다

죄는 인간의 몫이고

용서는 하늘의 몫이므로

자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하여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있다.

pp. 116, “새벽편지 ”

인간의 모든 감정을 알지 못해 생기는 괴로움, 죄악.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희생의 시도로 마무리되는 그의 시선집의 시들. 우리는 외로움을 빌어 내 감정을 타인으로부터 위로받고자 하고, 기쁨의 감정에 미쳐 타인을 보지 못한다. 모든 인간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음을 아는 우리는 그리움에 목마르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올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 근원적인 욕망을 건드린 의 시들은 언제나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모든 노래의 소재가 될 것이다. 나는 그의 라는 시를 좋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선화에게’ 만큼 좋아하게 된 시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길, 정호승, , 열림원, 2003